인적이 드문 스산한 거리, 코로나19의 여파는 명동도 예외가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는 상점들로 인해 전에 보지 못한 한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울 명동은 한때 방문객의 80%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반짝이는 네온사인과 북적이는 사람들, 활기가 가득했던 이곳은 패션·뷰티의 산물이 집약된 장소였다. 번화한 상권 뒤에 위치한 '빛이난다의원 명동'은 전면 파사드를 제외한 나머지 3면이 조적을 쌓아 올린 연와조로, 경계가 모호한 맞벽 구조의 건물이었다. 튠플래닝의 디자인을 거쳐 현재는 다양한 소재와 형태로부터 트렌드를 반영한 건축물로 자리매김했다. 모던하면서도 개성이 담긴 파사드로 인해 명동 거리의 지역적 특성을 확고히 드러낸다.
기존 건물은 세월의 켜를 쌓아 가듯 1층에서 3층까지 조적조, 이후 증축한 듯한 4층과 지붕층은 목구조로 보존되어 있었다. 튠플래닝은 4층 높이의 주변 스카이라인과 높이가 나란한 이 건물을 몇 가지 세부 공간으로 구분했다. 1층은 약국으로, 2층부터 스킵 플로어 형태의 4·5층까지는 의료공간으로 개·보수했다. 병원 1층은 낮은 캐노피와 대비되는 수직적 개방감을 유도했다. 피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 약국을 설치하고 양쪽 벽면에는 디스플레이 공간을 두었다. 뒷면에는 리프트와 카운터, 중앙에는 2층으로 오르내릴 수 있는 원형 계단을 조성해 좁은 공간을 답답하지 않게 설정했다. 원형 계단은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동시에 수직적인 공간을 강조하는 오브제로서의 기능을 한다.
튠플래닝은 치료 목적이라는 프로젝트의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을 떠올렸다. 먼저 의료용품의 이동, 수납 등 신속하고 효과적인 업무 시스템을 위해 리프트를 이용한 이동 방법을 고안했다. 이 기능은 층수가 많은 건물에서 사용자인 직원들의 편의와 고객 회전율을 높였다. 또한 섬세하게 계획된 내부 동선을 통해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충족시켰다. 각층의 독특한 계단실은 높낮이가 서로 달랐던 블럭의 높이를 맞추고 수직 라이트 월을 설치했다. 밝고 환하게 빛나는 라이트 월은 자칫 좁은 폭으로 답답할 수 있는 계단을 밝히는 동시에 병원의 수직적인 콘셉트를 명확히 하는 역할을 한다. 계단실 뒤의 빈 공간은 각층을 활용하는 용도에 맞도록 구성했다.
1층은 카운터, 2층은 탈의실, 3층은 화장실, 4층은 소독실, 4·5층은 사무실을 조성해 부속 공간을 꾸렸다. 스킵 플로어 형태의 4·5층은 현재 빛이난다의원의 사무실로 활용하고 있다. 루프탑은 기존의 경사진 지붕 실내기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미처 수거하지 못한 에어컨 실외기와 쓰레기가 함께 지붕을 덮고 있었다. 새롭게 꾸며진 루프탑은 고객과 직원들을 위한 작은 쉼터로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으로 개선됐다. 지붕을 철거하고 계단실을 중심으로 작은 테라스를 마련함으로써 익숙한 시선의 높이와 다른 주변 건물 너머로 시선의 확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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